#수줍은연말결산 #미키 #보통 #2018기록

써 봐도 될까? 그래도 기록하면 좋지 않을까. 의 기분으로 시작해봅니다.
어쩌면 아주 TMI일수도, 불편하실까 우려도 되지만 지난 모임 안에서 받았던 위로를 잊지 못하고 질척 거리는 마음으로 애써 용기내어 봅니다.

1. 2018년 봄

많이 아팠을까요. 그랬던 것 같아요. 더 잘 살아보자고 떠났다기 보다 떠나다가 어떻게 되어도 막상 도착해서 어마어마한 일이 있어도 오히려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 않을까, 싶어 떠났던 워킹홀리데이 in 덴마크였습니다.
사실 꽤 긴 시간을 제 의사와는 달리 굶으며 일하다 이렇게 인생 종료 버튼 누르긴 아쉬운데(?) 싶어 계획보다 앞서 귀국했더니 꽤 오래 아프게 되었습니다.
이미 너덜너덜 해졌지만 그래도 한국에서의 봄은 꽤 좋았어요.
좋아하는 영화도 책도 실컷 안팎으로 쓸고 닦아내며 감당했던 것 같아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었다가 어느날 지구 상에서 순삭 (순간 삭제) 당해도 괜찮겠다 싶었던 보통 그랬던 나날들 아니었을까 싶은데, 지나고 보니 꽤 좋았다, 싶어요.

2. 2018년 여름

아픈건 끝난 거 같고 더위 때문에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이건 이거대로 말려 죽일려나 싶은 시기였네요.
다행히 탈탈 말리기 전에 본가 서식지 근처에서 은둔하며 꽤 많은 것들을 글로, 영상으로 다잉메세지를 남기며 버텨왔어요.
간간히 울리던 카톡을 무음으로 하고 얘가 살았나 죽었나 확인하던 지인들의 연락도 버거워 꽤 오래 쓰던 번호도 바꾸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서 꽤 신났던 계절이었습니다.

3. 2018년 가을

멋대로 살다보니 빚은 이전보다 늘었고 그 감당은 오롯이 제 몫이라 사는 동안은 버텨보자 싶어 꾸준히 벌이를 찾았습니다
몸 마음을 스스로 통제하지도 못하면서 뭔 일이냐 싶다가도 **카드 어플을 열면 그렇게 막막하던 자소설(!)도 막힘없이 썼고 아픈 동안 엄청나게 불어났던 체중도 면접을 위해선 어느 정도 감량 했어야 하니 평생의 과업인 다이어트도 이전보단 0.0001% 수월했습니다.

빚이 제 삶의 원동력이 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수 많았던 번뇌에 앞서 카드사 어플을 수시로 확인할 걸 그랬나 싶기도 했습니다.
어마무시한 추석이 오기전에 본가 탈출 염원은 카드사 어플을 향한 삼보일배와 매일매일의 간절함으로 이루었습니다.  

4. 2018. XX. XX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네요.
활동가를 위한 무료 상담이 있다기에 (그것도 선착순) 빛보다 살짝 빠른 속도로 신청하고 현재 6회째 성실히 임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6회째엔 도망가도 되나요, 라고 선생님께 물어봤어요.
그게 바로 어제였네요. 너무 훅 들어오셔서요.

활동가는 의외로 수줍음이 많다, 모임에서 카톡 공포증을 커밍아웃 한 뒤로, 그리고 말씀은 안하시지만 눈빛으로 마음으로 엄청난 지지를 보내주신 (그렇게 믿어요. 믿습니다. 흑) 분들의 덕으로 현재의 상담도, 벌이이자 부채의식으로 하고 있는 업도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 곳에 남겨진 글들을 그 모임 이후로 매일 밤 천천히 읽었어요.
우울감을 본인의 일부로 받아 들이는, 의 문장을 읽은 다음 부턴 아. 그게 나구나. 번뜩 그런 생각도 들어서 이 친구랑 함께 어떻게 잘 살아내볼까 하는 건실한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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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튼 부끄빠띠에 굉장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란 말을 이렇게 길게 써보았습니다.

앞뒤 모르는 글이라 누추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온 마음 다해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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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타의로 스스로 생각했던 주량의 경계를 훨씬 넘어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
엄청 힘들기도 하고 동시에 기록 갱신의 보람도 느낍니다.

그러나 오늘은 버텨내질 못하고 확 마, 그냥 막 정도의 마음이 순식간에 찾아오길래 어이쿠. 싶어 의식의 흐름대로 보헤미안랩소디 2회차 달렸습니다.

We are the Champion에서 2회 연속 오열 했는데 그 눈물버튼이 나는 이 노래의 Champion엔 해당 안되겠지.. 의 마음입니다. 때마다 매번 입 한가득 주먹 물고 울음 삼키게 되네요.

그간 받았던 상담이고 뭐고, 알싸한 낌새를 챈 친구의 은근슬쩍 노래 추천도 다 필요 없어, 에라이 상태 였는데 오늘 글 쓰겠다고 남긴게 생각나서 지금 이 순간을 잘 넘기게 되었습니다.

그 무엇도 기대 되지 않는 나날이지만 이곳에 뭔가 쓰기로 했지, 이번 달 모임도 언제 있다던데(!!!) 는 좀 많이 신이 납니다.

그리고 제가 Champion이 아니면 뭐 어떤가요. 여기 계신, 그리고 모두는 정말 Champion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남기고 보니 스스로도 뭐 이런 ... 가 싶지만, 저는 알아요. 다정한 여러분들을. 그리고 기꺼이 마음 써주시리란 것을.
짧은 글을 기록이라는 이름하에 굉장한 응석을 부린듯하지만 응당 응석 뒤엔 아양이죠.

제 사랑을 감사함과 함께 1+1으로 보태어봅니다. 어떤 배우가 자주 쓰는 말이 있더라구요. 그 배우 많이 좋아하진 않지만 그 문장이 좋아서 저도 따라해봅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하세요.


* 오늘 친구가 추천해줬던 음악을 곁들여 봅니다.
이거 들으면서 써볼까 했다가 두 줄 쓰고 껐어요. 지구 내핵까지 파고 들어갈 것 같아서.
그래도 이 밤, 꽤 좋은 것 같아서 링크 총총 두고 갑니다 :)

함께해보셔요!

 

https://youtu.be/ACDf9fhpuqo

데이지
미키님 용기내주셔서 연말결산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덴마크로 워홀이라니... 제 로망입니다.? ㅎㅎ 저는 더블린으로 워홀 다녀왔는데 저희 오프모임때 더 이야기 해용 :-) 미키님이 카톡이 버겁게 느껴질때가 있다라고 말해주셨을때 저는 큰 공감을 했어요. 왜그런가 생각해보면 카톡이라는 플랫폼자체가 사실 인간 생활에서는 그렇게 자연스러운건 아니거든요. (저는 IT쪽 종사자인데, IT와 멀리하는 삶을 추구해요 ㅋㅋㅋㅋ) 음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좋아질수록 더 나은 삶이 있고 편하다 라는 건 통념인거 같아요. 편하지만 그만큼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따라오는 것 같고 ㅠㅠ 그리고 부채에 참... 공감이 갑니다. 인류이래 가장 가난한 세대가 저희라고 하더라고요. 돈뿐만 아니라 몸도 마음도 가난한건 아닐까? 싶었어요... 왜그런가 하면 윗세대에서 빨리 열심히 사느라 저희를 위한 사회안전망이라던가 고민같은 건 하지 못했던거죠. 그래서 슬프고 원망스럽지만 그들의 고난도 이해하기에 그럼에도 같이 살아가요 :-) 저희 엄마가 자주 해주시는 이야기가 잇는데 돈은 있다가도 없고, 그러다 생기기도 하니까 학자금에 압도 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미키님은 부채를 동력으로 올해도 잘살아내셧으니 2019년도 몸맘 건강하게 살아가실거에용 ㅎㅎ
미키
제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더블린! 더블린으로 다녀왔다면, 또 어땠을까 잠시 상상해봤어요. (덴마크는 너무 추웠습니다 아흑.) 데이지님이 한자 한자 담아주신 따뜻함을 연료 삼아 부채를 동력삼아! 2019년 시동 걸어봅니다.
카톡은 여전히 무음이지만 이곳저곳에서 보내주시는 관심과 사랑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알림음 느낍니다.
우리 함께 잘 살아내보아욤 :)/
사진·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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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지다노프
일종의 나이테를 기록해주셨네요. 쉽지
않은 한해셨을텐데 모쪼록 기대되는 19년되시길 바랄게요.
미키
나이테, 마음에 꼭 들어요. 기록하며 그 무엇이건 제 안에 근사하게 남겨졌다면 좋으련만. :) 감사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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