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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발견(1) - 네팔 랑탕
저에게 올해는 매우 특별합니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차근차근 써볼게요.
첫 번째로 나를 나답게 하는 공간이었던 네팔 랑탕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가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랑탕을 5박6일 동안 걸었습니다. 트레킹여행이 좋았냐고 묻는다면 감히 행복했다고 답하고 싶어요. 역시 기운(energy)이 맞는 곳은 따로 있달까.? 주관적인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 나름대로 근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트레킹의 목적은 오직 자신의 두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정직한 수단에 의해 달성될 수 있습니다. 해가 뜨면 걷고 해가 지면 잔다는 단순한 패턴에서 생기는 경쾌한 리듬감! 저의 목표는 정상과 완주였기 때문에 고산병에 시달리며 정상에 올랐어요(저는 아무래도 목표지향적 인간). 그러나 신영복 선생님 말씀대로 ‘목적과 수단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통일체’일까요? 아름다운 풍경, 간소한 숙소, 밀크티 한 잔, 순박한 사람들의 인사 등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주어지는 보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도전과 모험에 있어서도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다치지 않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한계를 알아야 그걸 넘어설 수 있습니다. 좋은 동료를 페이스메이커로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저는 가이드 라크파가 없었다면 체르고리(4,950m) 등반을 포기했을 거예요. 경사가 가파르고 공기가 희박한 고지대라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몇 번이나 그냥 돌아갈까 해도 그는 더 가보자고 했습니다. 저의 한계를 알고 있었던 라크파 덕분에 저는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랑탕의 아름다운 길은 네팔리들의 삶과 이어져 있습니다(다행히 아직까지 히말라야 산간 오지에는 오버투어리즘도 젠트리피케이션도 없습니다). 소년은 제 몸보다 큰 짐을 이마에 걸고 산길을 오르는 중에도 이방인에게 두 손을 모아 “나마스떼”라고 인사했습니다. 라마호텔(2,340m)에서 일하는 청년은 친구를 만나러 강진곰파(3,800m)에 간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이틀 동안 걸었던 구간을 5시간 만에 주파한다니 놀랐어요. 5시간이나 걸어 만나는 우정과 환대는 어떤 느낌일까요?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풍년님이 경험하신걸 간접경험하면서 좋은 영감을 받네요. 제가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풍년님은 경험하셨거든요 :-), 모로코도 그렇고 네팔 트래킹도 저의 로망리스트 입니다. (체력을 기르는 것이 먼저 겠지만요 ㅋㅋ)
그리고 풍년님의 글은 마치 소설처럼 읽혀져서 더 좋아요! 다들 문체마다 본인의 성향과 특징이 있어서 요일프로젝트처럼, 대림절이벤트도 재밌습니다. 저도 글 꾸준히 써서 소설처럼 써보고 싶어요 :-)